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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돌봄

유유상종의 의미

나이가 들수록 유유상종이란 말의 의미가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아니라, 비슷한 시간을 견뎌온 사람끼리 서로를 알아본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특히나 요즘은 친구라는 말이 젊었을 때하고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젊을 때의 친구는 자주 만나는 사람,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그리고 함께 웃고, 함께 떠들고, 별것 아닌 일에도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 있어 친구는 조금 달라진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오래 설명하지 않아도 대충 알아듣는 사람.

서로의 사정을 캐묻지 않지만, 어딘가 마음 한쪽에 남아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친한 친구끼리는 뇌가 비슷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이야기를 읽었다. 친구를 생각할 때의 뇌 활동이 자기 자신을 생각할 때와 비슷하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같은 영상을 본 친구들의 뇌 반응이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서 친구는 닮는구나” 하고 가볍게 넘겼을 것이다.

그런데 50대가 된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50대의 친구는 단순히 취향이 맞는 사람만은 아니다.

같은 노래를 좋아하고, 같은 팀을 응원하고, 같은 농담에 웃는 사람이라는 뜻만도 아니다.

이 나이의 친구는 비슷한 시간을 지나온 사람에 가깝다.

직장에서 버틴 시간, 가족을 책임지느라 삼킨 말들, 부모님의 노쇠를 바라보는 마음, 아이들이 커가며 멀어지는 허전함,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들. 이런 것들을 굳이 길게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짐작해 주는 사람이 있다. 그게 50대의 친구다.

젊을 때는 친구가 많아야 좋은 줄 알았다.

연락처에 등록된 사람이 많고, 가야 할 모임이 많고, 주말 약속이 끊이지 않고 나를 찾는 곳이 많으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과 마음 둘 곳이 있는 것은 다르다.

나이가 들면 관계도 자연스럽게 걸러진다.

누가 잘했고 못했고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사는 방향이 달라지고, 관심사가 달라지고, 감당해야 할 현실이 달라진다. 그렇게 조금씩 멀어지는 관계가 있다. 반대로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본 사람처럼 편한 관계도 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젊을 때는 조금 부정적으로 들렸다.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때로는 좁은 세계에 갇혀 산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꼭 나쁘게만 들리지 않는다.

살다 보면 결국 자신이 편안해지는 사람 곁에 남게 된다.

괜히 힘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

내 처지를 과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성공한 척하지 않아도 되고, 실패를 길게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런 사람과 오래 가게 된다.

어쩌면 친구끼리 뇌 패턴이 비슷하다는 말은, 우리가 서로를 닮아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비슷한 온도의 사람을 알아본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보는 속도, 말하지 않는 방식, 참는 법, 웃어넘기는 법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남는 것이다.

50대의 친구는 큰 위로를 주지 않는다.

대단한 조언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 다 그렇지 뭐” 한마디가 전부일 때가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는다.

젊을 때는 친구가 나를 이해해주길 바랐다.

지금은 완전히 이해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래서 조금만 알아줘도 고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부 설명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짐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친구란 결국 내 삶의 일부를 함께 기억해주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시절을 지나왔는지, 어떤 표정으로 버텼는지, 어떤 말들을 삼키며 살아왔는지 완벽하진 않아도 알고 있는 사람.

그래서 50대에 생각하는 유유상종은 이런 것이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는 말이 아니라,

비슷하게 버텨온 사람끼리 서로를 알아본다는 말.

자주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

말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어느 날 문득 연락했을 때,

“잘 지내냐”는 짧은 말 속에 서로의 세월이 묻어 있다면,

그 정도면 충분히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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