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돌보는 일이 삶을 돌보는 일입니다.
몸이라는 기반이 단단해야 하루의 마음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살자”, “건강이 최고다”, “몸이 전부다.” 언젠가부터 이런 말들이 낯설지 않게 들리기 시작했다. 특별히 큰 병을 앓은 것도 아니고, 삶이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닌데,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꾸 몸을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좀 덜 피곤했는지, 어깨는 괜찮은지, 잠은 제대로 잤는지. 그런 것들이 생각보다 하루의 기분을 많이 좌우한다는 걸 알게 됐다.
건강하게 산다는 건 뭘까.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일. 흔히 떠올리는 모습은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 내가 느끼는 건강은 조금 더 작고 구체적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이 너무 무겁지 않은 것, 출근길 계단을 오르며 숨이 덜 차는 것,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족에게 짜증을 조금 덜 내는 것. 그 정도면 꽤 건강한 하루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때는 몸을 꽤 함부로 썼다. 별다른 이유 없이 친구들과 밤새 이야기하고, 술을 마시다 동트는 걸 보기도 했다. 그런 일을 마치 훈장처럼 이야기하던 때도 있었다. 끼니를 거르고 커피로 버티는 날도 많았다. 그때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몰랐다. 피곤하면 피곤한 대로 넘기고, 아프면 조금 쉬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 몸이 언제까지나 나를 따라와 줄 거라고 막연히 믿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은 생각보다 솔직하다는 걸 알게 됐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어깨와 허리는 늘 묵직했다. 별일 아닌 일에도 쉽게 지쳤다. 마음도 덩달아 좁아졌다. 몸이 힘들어지면 생각은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고, 작은 말에도 예민해졌다.
그때 분명히 느꼈다. 몸과 마음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실감한 건 그때였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흔들리고, 마음이 지치면 몸도 더 무겁게 느껴진다. 결국 우리는 마음만으로 사는 것도, 의지만으로 버티는 것도 아니다. 몸이라는 기반 위에서 하루를 움직이고 견딘다.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은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는 일에 가깝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맡은 일을 하고, 사람들과 부딪히고,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특별히 큰일이 없어도 하루가 끝나면 몸과 마음은 조금씩 닳아 있다. 그래서 건강은 대단한 목표라기보다, 반복되는 하루를 조금 덜 무너지며 살아가기 위한 힘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건강을 위해 큰 결심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운동을 시작하면 무조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헬스장을 끊고, 식단을 바꾸고, 매일 정해진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다 며칠 못 가면 금방 포기했다.
이제는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선택을 더 믿는다. 시간이 나면 조금 걷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몇 층 오르고, 늦은 밤 라면이 너무 당길 때 한 번쯤 참아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 정도의 움직임이 낫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고 돌아온다고 해서 세상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땀을 조금 흘리고 나면 마음 한쪽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이 조금 가라앉고, 몸 안에 고여 있던 답답함도 조금 빠져나간다. 그래서 운동은 몸을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몸을 돌본다는 건 결국 내 한계를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무리하면 반드시 어딘가에 티가 난다. 쉬어야 할 때 쉬고, 먹는 것을 조금 조심하고, 작은 통증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것. 이런 기본적인 일들이 생각보다 어렵고, 그래서 더 중요하다. 건강은 특별한 사람만 챙기는 거창한 과제가 아니라, 매일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태도에 가깝다.
건강은 오래 살기 위한 준비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래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하루하루를 제대로 살아내는 일이다. 내가 하려는 일을 할 때 너무 쉽게 지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끼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 가끔 답답할 때는 정처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을 수 있는 것. 그런 평범한 시간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충분히 건강한 삶 아닐까.
나는 화려한 삶을 꿈꾸지 않는다. 그냥 해야 할 일은 하고,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피하지 않고 겪어 내고 싶다. 세상일은 마음대로 되는 일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많다. 그래서 우리는 몸을 더 열심히 돌봐야 한다. 내 몸이 나를 버티게 해 주는 가장 가까운 기반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이 몸 하나로 움직이고, 해내고, 견디고, 웃고, 사랑하고, 살아간다.
나는 여전히 자주 게으름을 피운다. 운동하러 가기 싫은 날에는 가지 않아도 될 이유를 만들고, 건강한 생활을 계획한 대로 완벽하게 해내지도 못한다. 다만 이제는 안다. 내 몸을 돌보는 일이 결국 내 삶을 돌보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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